자동차의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에 대한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관련 국제 표준화 및 규제 도입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이는 자동차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도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1. 자동차 온실가스 전과정평가(LCA)란?
자동차 LCA는 차량의 전 생애 주기, 즉 원료 채취 및 가공 → 부품 제조 → 차량 조립(제조) → 운송 → 사용(운행) → 폐기 및 재활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탄소 발자국)을 총체적으로 산출하고 평가하며 관리하는 체계입니다. 기존의 ‘주행 중 배출(Tank to Wheel, TtW)’ 규제에서 벗어나, ‘요람에서 무덤까지(Cradle to Grave)’의 전체적인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2. 국제 동향 및 주요 주체
- 유럽연합(EU)의 선도:
- EU는 자동차 산업의 탄소중립 노력을 심화하면서 LCA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배터리 규제를 통해 배터리의 원료 채굴부터 생산,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의 환경 영향을 평가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순환 경제 원칙을 자동차 부품에 적용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은 유럽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탄소 배출량 정보를 요구하게 되어,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에게 LCA 기반의 배출량 관리가 필수적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WP.29:
- 자동차 온실가스 전과정평가 방법론을 통일하기 위한 국제적인 논의가 유엔 WP.29(자동차 법규 국제 조화 회의)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각국의 상이한 평가 방법론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무역 장벽을 해소하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표준화된 평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한국도 이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내 자동차 업계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미국, 일본, 중국:
-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전기차 보급 및 판매를 지원하며, 연료 주기 관점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 연구를 분석합니다. 주(州)별 전력 믹스에 따른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를 제공하는 등 LCA 기반의 정책을 간접적으로 지원합니다.
- 일본: ‘녹색발전전략’의 일환으로 자동차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며, LCA 연구를 참고하고 있습니다.
- 중국: 2025년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를 LCA로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유럽과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독자적인 규제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3. 주요 트렌드 및 접근 방식
- ISO 표준 준수: 자동차 LCA 연구는 일반적으로 ISO 14040(LCA 원칙 및 프레임워크) 및 ISO 14044(LCA 요구사항 및 지침) 시리즈와 같은 국제 표준에 따라 수행됩니다. 또한 **ISO 14067(제품 탄소 발자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량화하고 보고하는 지침을 제공하며,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노력을 선도하는 데 기여합니다.
- 배터리 및 전기차(EV) LCA의 중요성 부각: 내연기관차는 운행 단계에서 대부분의 온실가스가 배출되지만,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생산 및 전력 생산 과정(Upstream emissions)**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재활용 및 순환 경제 원칙의 통합이 강조됩니다.
- 데이터 기반의 정밀화: LCA 평가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공급망 전반의 데이터를 정밀하게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Catena-X, TranSensus 등 기존의 평가 방법들이 소개되고 비교 분석되고 있습니다.
- 중소 부품사 지원: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중소 부품사들도 LCA 역량을 강화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원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 순환 경제와의 통합: LCA는 단순히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 제품의 재활용, 재사용, 재제조를 통해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순환 경제 개념과 긴밀하게 통합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온실가스 전과정평가는 기후변화 대응과 무역 규제 강화라는 두 가지 큰 흐름 속에서 자동차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의 기술 개발과 표준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